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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지난 19일 다큐멘터리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해당 사건을 보도한 기자들의 후일담뿐 아니라 고인이 된 구하라가 보이지 않은 곳에서 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2019년 클럽 버닝썬 사건으로 상습 도박·성매매 알선·횡령 등 혐의를 받아 1년6개월의 실형을 산 승리(본명 이승현)의 평소 모습도 포함됐다.
BBC, ‘버닝썬게이트' 폭로의 시작 두 여성 기자들
한국의 박효실과 강경윤 기자의 삶은 유명 K팝 스타들의 성 추문을 세상에 폭로하면서 엄청난 변화를 맞게 된다.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토록 엄청난 개인적 희생을 치르게 될 줄은 이들 또한 알지 못했다.
박효실 기자
2016년 9월, 서울의 한 신문사에서 근무하는 박 기자는 주말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편집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믿을 만한 경찰 측 소식통의 제보가 들어왔다는 소식이었다.
“성관계 불법 촬영과 관련해 수사 중인 큰 사건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유명 연예인이 연루됐다고 했습니다. 바로 정준영이죠.”
당시 정준영은 유명한 싱어송라이터이자 수백만 명의 사랑을 받는 TV 스타로 여자친구인 여성이 정준영이 일명 ‘몰카’로 경찰에 고소했다는 제보였다.
이 특종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박기자는 금요일 오후 10시 50분에 기사를 게시하자 몇 분도 안걸려 여러 언론사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에 정준영 측 소속사는 즉각 대응에 나서 해당 경찰 수사에 대해 “언론에 의해 부풀려진 그리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정준영의 팬들 또한 고소한 여성이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고 비난, 그리고 이들은 박 기자도 표적으로 삼았다.
박 기자에겐 폭력적인 댓글 및 악의적인 이메일은 물론, 박 기자의 사진과 신체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하며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살해 협박도 받았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도 괴롭힘은 더욱더 심해질 뿐이었다.
새벽부터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하면 3~4시간 동안 계속됐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외설적인 사진을 담은 메시지가 전송되는 등 매일 수천 통에 달하는 메시지에 시달렸다.
“당시 임신 중이었는데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정신적으로 무너진 상황에서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 사건 이후 2차례 유산을 겪어 지금도 자녀가 없다”
SBS 강경윤 연예부 기자
한편 이렇듯 박 기자가 고군분투하는 동안 한국의 대형 언론사 중 하나인 SBS 소속의 강경윤 연예부 기자는 여러 K팝 스타를 직접 취재하고 있었다.
강 기자는 박 기자가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고자 했다.
지난 2016년, 여자친구가 고소한 불법 촬영 사건으로 최초의 경찰 조사를 받은 정준영에게 경찰은 분석을 위해 휴대전화를 제출하라고 요청했으나 정준영은 이를 거부하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설 포렌식 업체에 맡겼고, 이에 대해 한 번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정준영은 알지 못했으나, 해당 휴대전화 데이터 사본이 만들어졌다.
2019년 어느 날, 해당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던 익명의 제보자가 이를 유출하기로 마음을 먹고, 강 기자는 이를 전달받았지만 2016년 박 기자가 보도했던 정준영과 전 여자친구가 담긴 영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강 기자는 정준영이 다른 남성 K팝 스타들과 대화방에서 노골적으로 성적인 영상 및 의식이 없는 여성들을 촬영한 사진을 무더기로 공유했다는 사실과 그 여성은 쓰러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은 상태로 집단 성폭행당한 내용이 담긴 충격적인 대화 내용을 보게 된다.
이 단체 대화방 멤버 중엔 록밴드 ‘FT 아일랜드’의 리드 기타리스트였던 최종훈과 함께 매우 유명한 K팝 그룹 ‘빅뱅’의 멤버로 활동했던 승리도 있었다.
대화방에 속한 한 남성이 “어제 진짜 무서웠다. 그 여자애 머리가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고 하자 정준영은 “진심으로 살면서 가장 재미있는 밤이었다”고 답하며 마치 장난감인 듯 가지고 놀았다.
한편 강 기자는 이들이 어느 고위 경찰 인사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화 내용도 보게 됐다.
강 기자는 K팝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반드시 조명해야 한다고 다짐한 후 취재를 이어 나갔고, 충분한 증거가 모이자 정준영, 최종훈, 승리 등 대화방 멤버들의 행태를 폭로하는 내용의 기사를 게시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강 기자의 기사가 퍼져나가면서 당국이 신속한 대응에 나섰고, 가장 먼저 정준영이 체포되자 다른 피해자들도 나서 K팝 스타들을 상대로 고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정준영의 전 여자친구가 처음 경찰에 신고했을 당시의 다수의 피해자들은 사회적으로 낙인찍히고 및 모욕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이들을 상대로 형사 고발에 나섰다.
한편 정의가 실현됐음에도 온라인에선 강 기자를 향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인신공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작은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용기 있는 두 사람의 노력 덕에 연예계 권력 남용에 대한 담론이 촉발됐고, 불법 촬영과 같은 범죄로부터 여성들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생겨났다.
현재 강 기자는 딸 하나를 둔 엄마다.
강 기자는 진실을 폭로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이유로 견뎌야 했던 끝없는 괴롭힘에 여전히 시달리면서도 자신과 박 기자의 노력이 “K팝 업계에서 성과 권력이 어떻게 부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강 기자는 “우린 거대한 연못에 작은 조약돌 하나 던진 것일 뿐이다 … 이제 다시 (이 연못은) 잠잠해졌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 만약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 사회가 이에 대해 더 빨리 고발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BBC, ‘버닝썬게이트' , 정준영 단톡방
해당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뒤 온라인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2016년 3월에 오고 간 ‘정준영 단톡방’ 멤버들의 메시지 내용이었다.
당시 정준영, 가수 최종훈 등 단톡방 멤버들은 대구에서 열린 정준영의 팬사인회 전날 한 호텔에서 만취 상태인 피해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했다.
BBC에서 재구성한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술에 취해 있던 여성은 쓰러지며 머리를 부딪혔던 것으로 보인다.
대화방에 속한 한 남성이 “어제 진짜 무서웠다. 그 여자애 머리가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고 말하자 정준영은 웃는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내거나 “진심으로 살면서 가장 재미있는 밤이었다”고 답했다.
승리가 한 파티 현장에서 여성의 손목을 잡아끌며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손목을 붙잡힌 여성이 싫다는 듯 몸을 뒤로 빼자 승리는 “조용히 해”라고 언성을 높이며 손을 확 들어 보였다. 승리가 한 술자리에서 만취한 듯 어눌한 말투로 자신이 몸담았던 그룹 ‘빅뱅’을 언급하는 영상도 있었다.
故구하라, 연예계-경찰 유착 관련 취재 핵심 역할
강경윤 기자는 이들이 어느 고위 경찰 인사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화 내용도 확인 후 승리, 정준영, 최종훈 등의 카카오톡 대화록을 최초 폭로한 강경윤 기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대화록에서는 크게 성범죄와 경찰 유착, 두 문제가 드러났다. 경찰 유착과 관련해 해당 인물이 실존 인물인지, 풀리지 않는 숙제였는데 구하라 씨라는 존재가 등장해 그 물꼬를 터 줬다
구하라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구하라가단톡방 멤버인 최종훈과 연습생 시절부터 지인이었던 점을 활용해 경찰과의 유착 의혹 등을 제기할 수 있도록 증거를 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줬다
구하라는 최종훈과 연습생 시절부터 알던 사이로 알려져 고 구하라 덕분에 강 기자는 최종훈과 전화통화 후 메시지 속 경찰총장의 신원을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방송에서 공개된 강 기자와 최종훈의 녹취록에서 최종훈은 "(윤 총경이) 골프 한 번 쳤다. 얼핏 듣기론 지금 청와대에 계시고, 과거에 경찰 경력이 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버닝썬게이트' 피의자들 지금은
정준영은
집단 성폭행,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아 지난 3월 출소했다.
승리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알선, 횡령, 불법 촬영, 폭력 선동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항소심에서 결국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여주 교도소에서 형기를 살다 지난해 2월 9일 만기 출소했다.
최종훈
집단 성폭행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은 뒤 2021년 11월, 형을 마치고 만기 출소했다.
얼마 전 일본 최대 팬 커뮤니티 플랫폼 패니콘에 채널 'HUNIYA'를 개설해 팬들을 모집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 지인
대화방 멤버들과 관련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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